광기의 새벽(Dawn of Madness) 펀딩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대략 5월쯤 히트 게임즈에서 광기의 새벽(Dawn Of Madness) 정식 한국어판 펀딩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스토리 기반 게임이 나온다는 점에서 두 손 들고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제작사인 Diemension 따르면 약 75만 단어로 이루어진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평점을 높게 주지 않은 BGG 유저들마저 스토리는 매우 훌륭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 정도 분량의 스토리는 3년 전쯤 서먼 게임즈에서 출간되었던 Tainted Grail : The Fall of Avalon 이후 처음이다.
- 광기의 새벽에 관한 플레이 스루나 리뷰는 제법 올라와 있지만, 산만한 영상이 대부분이어서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ACS(Adventures in Creative Software)의 게임 소개와 플레이스루는 제법 상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추천할만하다. 한국어 자막을 켜고 보면 게임 전반적인 흐름, 진행 방법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링크는 아래에.
1) Learn to Play Dawn of Madness (Part 1): Welcome to the Otherworld
( https://youtu.be/FhJjEJpPo8M?si=MvZyP4aZfpaV5jCT )
2) Learn to Play Dawn of Madness (Part 2): Face Your Fears
( https://youtu.be/7XZiFHjFw-U?si=Clo9GZWgk0f2W2KO )
3) Learn to Play Dawn of Madness (Part 3): Advanced Insanity
( https://youtu.be/11EjYfFkyDo?si=OOmRGT1ivC7WtiRX )
- 이런 저런 정보를 모아보면, 어떤 1) 소녀 2) 형사 3) 간호사 4) 성직자가 현실과 이계가 결합된 호러적 공간을 돌아다니며(왜 이 공간으로 떨어졌는지 스스로도 모른다) 악몽같은 사건을 만나고,이세계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며, 최종적으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발견하는 또는 악마적 자아가 응축된 존재를 맞이하는 엔딩에 도달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당 4가지 정도의 멀티 엔딩이 있으며, 게임에서 얼마나 점수를 땄는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등에 따라 다른 엔딩을 맞이한다.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나? 이르집으면, 이 게임은 '사일런트 힐'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다. 이상한 공간(병원, 마을, 숲 등등)에서, 악몽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괴물이 나오며, 괴물을 간신히 죽이거나 피하면서 스토리와 엔딩을 따라가고, 최종적으로 가장 악마적인 자신 또는 어두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다는 설정 등, 이 게임의 메커니즘이나 미학은 사일런트 힐을 빼닮았다.
- 펀딩에서는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가' 보다 '내가 이 게임을 좋아할 수 있는가?'란 질문이 더 유익하다. 그런 면에서 펀딩에 관심있는 유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나는 사일런트 힐을 즐기는 유저인가?" 광기의 새벽 펀딩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유저는 사일런트 힐의 팬이자, 사일런트 힐이 나오면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플레이해 5~6개의 멀티 엔딩을 모두 발견하는 유저다. 이런 유저에게 이 게임은 필구매 보드게임이다. 참고로,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더미를 뒤져보았는데, 사일런트 힐은 3편, 4편, 번외편인 silent hill : shattered memories 까지 사 둔 것을 확인했다. 엔딩을 본 것은 뭐냐고? 안타깝게도 공포 게임에 도전해 보겠다고 한 번에 구입해 놓고는 음습하고도 무셔분 분위기에 질려 끝까지 하지 못했고, 단 한 편도 엔딩을 본 바 없다.
- 사일런트 힐을 매니악하게 좋아하지는 않아도, 장르 소설, 괴담, 호러 소설 팬이자, 보드 게임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라면 펀딩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맞다. 내가 딱 그 정도다. 그래서 고민이다.
- Bgg나 레딧 등, 올라온 후기를 보면 스토리는 정말 매혹적이라고. 게임에는 테마에 맞게 매우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다. 거기에 히트 게임즈에서 여러번 밝힌 바에 따르면 전문 번역팀(?)이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 게임 메커니즘을 이해한 후 번역했다고 하니, 아마 이제껏 본 적 없는 최고의 번역문을 읽으며 진행하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75만 단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니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비오는 우중충한 날이 계속되는 장마철에 펼쳐놓고 플레이 하면 그야말로 "쩔"겠다. 올 여름(또는 내년 여름)은 시원하고 오싹한 여름이 될 듯 싶다. 거기에 기괴함을 더하는 이 아트워크라니. 몽크까지는 아니어도 (약간 과장하여) H.R. 기거의 아트웍이라고 생각하며 아낄 수 있는 게임이 될 듯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펀딩,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 펀딩은 얼마나 할까? 영어판의 가격은 15만원이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환율이 올라 현재는 그 가격을 생각하기 어렵다. 한편 번역본 문제도 있다. 번역이 잘 되었다고 해도,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했다면 번역료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분량도 많다.(75만 단어!) 또한 그래픽 디자인도 다시 했어야 했을 것이고, 상당한 대작이라 디자이너도 여럿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10만원대 가격의 펀딩은 상상하기 어렵다. 나는 코어 게임 플렛지에 25~3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 게임 플레이는 어떨까? 플레이스루를 참고한 느낌을 말하자면 스토리 기반 게임치고 메커니즘이 너무 복잡한 것 같다. 매 행동 후 테스트를 하는데, 다섯가지 색깔과 다섯가지 기호를 조합한 25개 기호와 색깔 중 두 세개를 만족시켜야 통과할 수 있고, 테스트 도구도 주사위와 개인 보드 또는 두 가지를 조합하여 사용하며, 확률이 낮다보니 이를 보완할 다수의 수단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행동을 하기 전에 검토하거나 생각해야 할 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한편 매 라운드마다 기괴한 적이 스폰되는데, 움직임이 단순하지 않고, 카드에 쓰인 텍스트를 여러 칸을 읽으며 따라해야 할 정도로 이동과 행동이 복잡한 편이다. 게다가 종류도 많고, 종류마다 움직임이나 행동도 다 다르다. 즉 한 라운드를 진행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일일히 해야 할 사항이 많고,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부분도 너무 많다. 해외 유저 중 하나는 한 인물의 엔딩을 보기 위해 4~6시간 정도가 필요하지만, 처음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두 배 이상 들 것이라고 불평한다. 즉 첫 플레이는 8~12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 이런 정도의 복잡함은 스토리의 흐름마저 끊어놓을 정도 아닐까? 추후 제작사가 스토리 모드를 따로 만들어 공지했다고 하지만, 이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 본 유저가 적어서인지 스토리 모드가 만족스럽다는 글을 본 적이 없다.
- 6시간짜리 스토리 게임을 파티를 짜 스트레이트로 플레이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두 세번 나누어 해야 할텐데, 일주일 한번씩 만난다고 해도 흐름이 끊겨 맹숭맹숭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루 솔로 모드도 없다. 이 정도 플레이 시간이라면 가끔은 혼자해야 할 텐데, 두 명의 캐릭터를 혼자 조정하며 플레이하는 건, 그렇잖아도 복잡한 게임을 더 복잡하게 플레이 하는 모양새 아닐까. 약간 과장하면 메이지 나이트를 3~4시간 스트레이트로 하는 브레인 버닝까지 치달을 수도.
- 그러면 펀딩을 포기해야. 아냐 아냐, 그래도 스토리 너무 좋다는데, 번역 퀄리티도 최상이라는데. 아트웍도 최고인데! 그렇지만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정말 후회 안할 자신있어? 게임 플레이도 너무 복잡해 보이는데, 그래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펀딩 들어갔다가 걸리면 아내님에게 욕먹고 쫓겨날지도 몰라, 그래도 테인티드 그레일 이후 최고로 다채로운 스토리 기반 보드게임인데, 트럼프 관세 전쟁,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스토리 기반 보드게임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내가 지금 뭘하는 거지?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최고의 번역 퀄리티, 정말 복잡한 게임 플레이, 비오는 날 하면 쩔거야, 하지만 그렇게 호러 게임을 좋아해? 사일런트 힐 엔딩을 하나도 보지 못한 유저야, 그래도 정말 매력적인걸, 30만원대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사일런트 힐 보드게임, 30만원대, ㅅㅎ런트, 최ㄱㅇ ㅂ역, 난ㅎ하ㄴ 게이ㅁ 프ㄹ렝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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