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셰이드 펀딩을 취소하다
오늘 온 refund 확인 메일. 당신의 요구사항이 우리의 대기 라인에 올랐습니다. 2~3주쯤 걸릴 겁니다. 환불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시 연락 주세요 그외그외그외 블라블라. 땡큐.
취소는 심플했다. 어떤 플렛지가 좋을지 스트레치 골로 오늘은 무엇이 달성될 지 가슴두근거렸던(?) 것에 비하면 어처구니 없이 간단하달까. 메시지를 보고 나니 뭔가 힘이 쭉 빠지는 느낌.
취소한 이유는 간단하다. 배송비가 너무 많이 나왔던 것. 12월에 바빠 배송비를 확인 못한 게 문제인지 모르지만 내가 예상한 배송비 수준은 100불 정도. 그 정도면 감당해볼까 했다. 사실 그 정도도 많이 양보했던 것이다. CTG 같은 경우 20KG에 육박하는 제품을 펀딩하면서도 배송비는 25불이다. 그런데 마침 플렛지 매니저가 열리며 나에게 할당(?)된 배송비는 $140.
140불! 펀딩한 플렛지가 $385인데! 본래 게임 가격의 1/3이 넘는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궁금증을 참지 못해 아내님에게 배송비를 확인해 달라고 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아내님이 보자마자 미쳤다는 연락부터 해왔다. 이정도면 본래 게임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도저히 approval 할 수 없다는 말씀. 맞는 말씀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부탁했으나 이미 들려온 답변. "이미 했어". 그렇게 끝난 것이다.
아마존에 검색을 해 봤다. 킹즈 오브 루인과 스트레골을 합치니 배송비 무료로 (현재 23% 세일중이다) $140. 그럼 같은 구성으로 게임파운드는 어떨까? 아시아 지역 배송에 66불을 가정해보면(에버셰이드 스페셜 에디션 기본판의 배송가격이다) $166. 어떻게 보아도 게임파운드 펀딩을 선택하는 것이 손해다. 에버셰이드가 처음 나오면 가격이 제법 있겠지만, 1년만 지나면 곧 23% 할인을 주기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손해다.
1년 먼저 할 수 있지 않냐고? 장담한다. 그 어마어마한 텍스트 양 때문에 1년은 제대로 플레이 못 한다. 처음이야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겠으나 영어 텍스트를 읽다가 질려 던져두고 1년은 족히 책장에서 썩힐 것이다.
결국 그런저런 이유로 에버셰이드는 펀딩을 취소하고 말았다. 다음달 중순이나 후반쯤 환불이 될 것 같고, 그 때쯤되면 이 허탈한 심정도 사라져 있겠으나. 어째건.
에버셰이드를 완전히 포기했냐고? 그렇지는 않다. 게임이 출간되고 나면 레딧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다. 6개월 정도 지나면 냉정한 평가가 나오겠지. 그 때 고민해보고 아마존에서 다시 주문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정말 나 혼자만을 위한 에디션을 만들기 위해 아주 천천히 플레이하면서 번역작업도 시작하겠지.
아무려나, 레딧을 살펴볼 날은 오늘이 아니고, 에버셰이드를 다시 주문할 날도 오늘이 아니며, 아예 에버셰이드를 버리고 다른 텍스트 게임으로 전향하는 날도 오늘이 아니다. 그냥 오늘은 취소를 확정한 날이다. 그런 날이다. 그렇다고.